개인의 일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조직의 일은 그만큼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하루 동안 그 이유를 원리에서부터 짚고, 오후에는 직접 팀을 꾸려 하나의 결과물을 끝까지 만들어 봅니다.
요즘 AI를 안 써 본 연구자는 거의 없습니다. 초록을 다듬고, 코드를 고치고, 영문을 손보는 일은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서의 일, 과제의 일, 조직의 일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의 AI는 대부분 한 사람에게 한 명씩 붙는 비서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대화창 안에서만 똑똑하고, 그 창을 닫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옆자리 동료의 AI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알 방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하는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방향을 정하고, 나눠 맡고, 각자 해 온 것을 다시 모아 맞춰 봅니다. 그 과정에서 오가는 것이 바로 맥락인데, 개인용 AI에게는 그 맥락이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은 빨라져도 조직은 제자리인 것입니다.
이 세미나는 특정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AI를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 앉히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앉혔을 때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다룹니다. 오전에는 원리와 흐름을 정리하고, 오후에는 직접 해 봅니다.
무엇을 하는 기계인지 알면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환각이 왜 생기는지까지 원리에서부터 봅니다.
같은 모델도 감싸는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됩니다. 도구를 쥐여주고, 루프를 돌리고, 멈출 곳에서 멈추게 하는 설계를 봅니다.
맡기고, 나누고, 다시 모으는 과정을 오후 내내 손으로 겪습니다. 설명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오전 마지막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는 다리입니다. 개인용 AI의 한계를 이야기한 바로 그 자리에서, 오후에 그 한계를 넘는 방식을 직접 써 보게 됩니다.
에이전틱 AI가 무엇이고, 지금 어디까지 왔는가
2년 전의 신기한 챗봇과 지금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다음 낱말을 맞히는 단순한 원리가 어떻게 추론처럼 보이게 되는지, 작업 기억에 해당하는 컨텍스트가 꽉 차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환각이 왜 결함이 아니라 구조인지를 정리합니다.
모델에 도구를 쥐여주고,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다시 판단하게 만들고, 맥락을 관리하고, 되돌릴 수 없는 일 앞에서는 멈추게 하는 것. 실무에서 쓸 만한 물건이 되느냐는 여기서 갈립니다.
모델 성능보다 이 설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외부 시스템을 붙이는 표준, 사내 자료를 근거로 삼게 하는 방법과 그 한계, 직접 계산을 돌리는 실행 환경, 여러 일꾼을 부리는 구조,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깨어나 살피는 방식까지 훑습니다.
올해의 흐름을 정리합니다. 코딩 분야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이유가 기계가 즉시 채점해 줄 수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라는 점, 그리고 기업에서 막히는 지점은 성능이 아니라 자료의 경계와 업무 재설계라는 점을 짚습니다.
사람과 AI가 같은 자리에 앉을 것, 맥락이 업무 단위로 남을 것, 위에서 맡기고 아래에서 해내고 다시 모을 수 있을 것, 그리고 조직이 정한 권한 경계를 그대로 지킬 것. 오후에 직접 확인하시게 됩니다.
말로 설명하지 않고, 무대에서 실제로 돌립니다
사내 자료를 근거로 출처까지 밝혀 답하고, 보고서와 공문을 문서로 뽑고, 데이터를 받아 집계와 그래프까지 내고, 조건이 걸리면 스스로 깨어나 보고하고, 메일과 문자를 보내고, 아래 방을 열어 일을 넘기고 결과를 받아 오는 과정을 차례로 보여 드립니다.
방이란 무엇이고, 위 방과 아래 방이 어떻게 나뉘며, 자료를 어디에 두면 근거로 쓰이는지, 취향과 규칙을 어떻게 기억시키는지를 짧게 정리합니다.
조직을 만들고, 함께 기획하고, 나눠 맡고, 다시 모읍니다
조직을 열고, 서로 초대하고, 자리를 잡습니다. 첫 방을 만들어 자기 자료 하나를 올려 말을 걸어 봅니다. 여기서 한 번 되는 경험을 하고 넘어갑니다.
팀별로 모여 무엇을 만들지 정합니다. 목차와 양식을 맞추고 담당을 나눈 뒤, 정한 내용을 각자의 방으로 내려보냅니다.
위에서 정한 것이 아래로 흘러갑니다
각자 자기 방에서 맡은 부분을 씁니다. 본인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그대로 쓰고,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다시 계산하고 그림을 새로 그립니다. 끝난 사람은 완성한 것만 위로 올립니다.
내 방에서 오간 이야기는 옆 방으로 가지 않습니다
올라온 것들을 한 권으로 묶습니다. 묶어 보면 어긋난 데가 반드시 나옵니다. 같은 수치가 팀마다 다르게 적혀 있거나, 같은 성과를 두 팀이 각자 자기 것으로 써 놓기도 합니다. 그 지점을 짚어 담당자에게 돌려보내 고치게 합니다.
맡기는 것만이 아니라 되돌리는 것까지 해 봐야 팀입니다
완성된 초안을 그 자리에서 뽑아 나눠 갖습니다. 팀별로 잠깐씩, 잘 통했던 지시와 통하지 않았던 지시를 나눕니다. 돌아가서 무엇부터 해 볼지, 그리고 무엇은 맡기면 안 되는지를 이야기하며 마칩니다.
참가하시는 분들 각자가 올해 실제로 해 온 연구를 AI와 함께 다시 분석하고 살을 붙여, 오후 안에 백서 형태의 문서로 완성합니다. 만들어 낸 초안은 그대로 들고 나가시게 됩니다.
백서라고 해서 새로 조사를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 갖고 계신 데이터와 결과를 AI에게 붙여, 배경 — 현황 분석 — 시사점 — 제언의 틀로 다시 짜 맞추는 작업입니다. 혼자 하면 반나절은 걸릴 정리를, 그 자리에서 초안까지 뽑아 봅니다. 전력연구원 내부 보고서나 대외 발표 자료로 바로 이어 쓸 수 있는 형식을 기본값으로 둡니다.
가상의 사례를 주고 따라 하게 하는 실습은 손은 움직여도 머리에 남지 않습니다. 자기 자료를 다룰 때만 진짜 질문이 나오고, 그 질문에 부딪혀 봐야 돌아가서도 씁니다. 그래서 소재를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방향을 정합니다. 무엇을 담을지, 어떤 형식으로 쓸지, 누가 어디를 맡을지까지 정하고 각자의 자리로 흩어집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맡은 것을 씁니다. 옆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보지 않아도 되고, 내 자리의 이야기가 남의 자리로 새지도 않습니다.
다 된 것만 위로 올립니다. 과정에서 오간 시행착오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보고할 것과 보고하지 않을 것이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한데 모아 맞춰 보고, 어긋난 곳은 담당자에게 돌려보내 고칩니다. 일이 아래로만 흐르는 게 아니라 위아래로 오간다는 것을 여기서 겪습니다.
실습에는 이미 외부에 공개된 자료만 사용합니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 배포된 보도자료, 공개된 발간 보고서, 대외 발표에 쓰신 자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미공개 과제 자료나 대외비 문서는 가져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판단 기준은 오전 마지막 시간에 먼저 정리해 드리고, 오후 실습을 시작할 때 다시 안내드립니다.
오후 실습은 참가하시는 분들이 본인 자료를 직접 다루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아래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실습 시간이 그대로 소모됩니다.
기관 보안 규정 때문에 업무용 기기가 외부망에 붙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진행할 수 있도록 세 가지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첫째, 실습장에 손님용 외부망을 열고 업무 노트북이 그날만 붙도록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좋습니다. 둘째, 업무 기기가 어렵다면 개인 노트북을 가져오시고, 쓰실 자료만 미리 공개 가능한 형태로 옮겨 두는 방식입니다. 셋째, 둘 다 어렵다면 교육용 PC에 자료를 미리 올려 두고 진행합니다. 다만 이 경우 직접 다루는 맛은 많이 줄어듭니다.
전력·에너지 분야를 연구하면서, 한편으로는 AI가 조직 안에서 동료처럼 일하게 만드는 일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해 왔습니다. 연구실과 기업 현장 양쪽에서 실제로 붙여 써 본 경험을 바탕으로, 도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까지 함께 이야기합니다.